“아이의 말이 막힐 때, 손은 먼저 움직입니다”
“말 좀 해봐.” “이건 뭐야?”、 “따라 말해볼까?”
말이 늦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게 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만나보면,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일수록
‘말해야 하는 상황’ 자체에서 긴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을 받는 순간 표정이 굳고, 고개를 돌리거나, “몰라…”라고
짧게 끝내버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같은 아이가 플레이도를 손에 쥐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말랑한 촉감. 손으로 누르고, 뜯고, 굴리는 반복 움직임.
색이 섞이고 모양이 바뀌는 과정 속에서
아이의 긴장은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아이는 “말해야 하는 아이”가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는 아이”가 됩니다.
플레이도는 단순한 만들기 놀이가 아닙니다.
아이의 감각을 안정시키고, 주의집중을 높이며, 손 움직임을 통해 생각을 조직하게 만들고,
결국 그 경험을 언어로 연결시키는 매우 강력한 언어치료 도구입니다.
특히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들에게는 “말을 직접 시키지 않으면서도
말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초기 언어중재의 핵심 활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도는 이렇게 언어를 키웁니다
① 감각 탐색 놀이: 말보다 먼저 ‘안정’을 만들어주는 단계
목표: 촉각 자극을 통한 긴장 완화、 공동주의와 주의집중 형성、
치료 환경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 만들기
진행 방법: 처음부터 “무엇을 만들자”라고 목표를 주기보다 자유롭게 만지고 탐색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르기, 뜯기, 굴리기, 늘리기 같은 단순 반복 활동만으로도
아이의 감각 체계는 빠르게 안정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감각이 예민하거나 낯선 활동에 대한 불안이 높은 아이는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는
수준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롤러, 쿠키커터, 플라스틱 칼 등을 함께 사용하면
놀이 참여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치료사 모델링: “꾹~ 눌렀네!”、 “쭉 늘어난다!”、 “말랑말랑하다.”、 “동글동글 굴러간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언어로 바꿔 들려주는 것입니다.
핵심 포인트: 아이가 편안해지면 뇌는 그때부터 비로소 ‘듣고-이해하고-표현하는
준비 상태’로 들어갑니다.
② 색과 모양 이름 붙이기 놀이: 단어가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단계
목표: 색·모양 관련 기초 어휘 증가、 선택하기와 표현하기 연결、 명사와 형용사 확장
진행 방법: 아이에게 “무슨 색 할래?”、 “큰 공 만들까? 작은 공 만들까?”처럼
선택 구조를 자주 제공해줍니다. 빨강과 노랑을 섞어 주황색이 되는 과정은 아이들이
매우 흥미로워하는 활동 중 하나입니다. 또한 동그라미, 세모, 길쭉한 모양 등을 만들며
형태 개념과 형용사 표현도 함께 확장할 수 있습니다.
치료사 모델링: “파란색 좋아하는구나.”、 “큰 동그라미네!”、
“길~쭉하게 만들었네.”、 “납작하게 눌렀다!”
말이 적은 아이는 가리키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치료사는 그 선택을 문장으로 바꿔 들려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파란색을 집으면 “파란색으로 만들고 싶구나.”라고 즉시 언어화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 포인트: 언어는 ‘정답 맞히기’보다 ‘경험에 이름 붙이기’에서 더 잘 자랍니다.
③ 만들기와 이야기 확장 놀이: 단어가 문장과 이야기로 연결되는 단계
목표: 순서 개념 형성、 연결어 사용 증가、상징놀이와 사회적 언어 확장
진행 방법: 플레이도로 만든 결과물에 상황과 의미를 추가해줍니다.
예를 들어、 케이크 만들기 → 생일파티 놀이、 자동차 만들기 → 길 놀이、 동물 만들기 → 동물원 놀이
이 과정에서 “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또한 “먼저-다음-마지막” 구조를 사용하면 아이의 절차적 언어와 설명력 발달에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치료사 모델링: “먼저 반죽했네.”、 “그 다음엔 붙였어.”、
“토끼가 당근 먹고 있네.”、 “생일이라 케이크 만들었구나.”
핵심 포인트: 상징놀이는 단순한 상상놀이가 아닙니다.
언어·사회성·감정이 함께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뇌 발달 과정입니다.

전문가가 말합니다
플레이도 활동은 단순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놀이가 아닙니다.
감각통합, 운동계획, 공동주의, 상징기능, 실행기능, 언어조직화를 동시에 자극하는
통합적 언어중재 활동에 가깝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아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입니다.
질문 상황에서 긴장하는 아이
말보다 행동 반응이 먼저 나오는 아이
상징놀이가 약한 아이
자폐스펙트럼 특성을 보이는 아이
감각 탐색 욕구가 높은 아이
언어 이해 대비 표현이 어려운 아이
손 움직임은 뇌의 언어 영역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손으로 경험한 것은 더 오래 기억되고, 더 자연스럽게 말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언어치료에서는 ‘입만 움직이는 활동’보다 몸과 감각을 함께 사용하는 활동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핵심 체크포인트
✔ 아이가 질문을 받으면 긴장하나요?
✔ “몰라”로 대답이 자주 끝나나요?
✔ 가만히 앉아 말하는 활동을 힘들어하나요?
✔ 손으로 하는 놀이에는 오래 집중하나요?
그렇다면 플레이도 활동은 아주 좋은 언어 자극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결과물의 완성도”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만드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반응하고, 표현하고,
상호작용했는가입니다.
아이의 말은 압박 속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와 놀이 속에서 천천히 자라납니다.
맺음말
아이의 말은 어느 날 갑자기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느끼고, 실패하고, 다시 만들고, 누군가와 함께 웃는 경험 속에서
조금씩 자라납니다.
오늘 아이가 만든 작은 동그라미 하나는 지금은 단순한 놀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주의집중, 감각조절, 상징능력, 표현언어,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아주 중요한 발달의 씨앗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에게 “말해봐” 대신 “같이 만들어볼까?”라고 먼저 손을 내밀어보세요.
그 순간부터 아이의 언어는 이미 자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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